갈아만든천국 심노을 (+심노을 작가 북토크기록)

『간직천국』심노을/래빗홀-2024.05.13-간직천국, 심노을 1. 책읽는결심 『간직천국』심노을/래빗홀-2024.05.13-간직천국, 심노을 1. 책읽는결심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내가 유일하게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심노을 작가의 신작 출간 소식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직 후 첫 출근 시점과 맞물려 현생(혹은 혐생)을 살아가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 심노을 작가의 북토크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회사에서 다른 일(=인스타그램)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 바로 신청 후 책 주문 완료. 익일 새벽 배송 완료. 출근길, 점심시간, 퇴근길, 잠자리에 들기 전 20분을 투자해 하루 만에 다 읽는다. 결론은 존재감. 심노을 작가의 북토크 2. 인상 깊었던 작가의 말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내가 유일하게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심노을 작가의 신작 출간 소식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직 후 첫 출근 시점과 맞물려 현생(혹은 혐생)을 살아가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 심노을 작가의 북토크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회사에서 다른 일(=인스타그램)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 바로 신청 후 책 주문 완료. 익일 새벽 배송 완료. 출근길, 점심시간, 퇴근길, 잠자리에 들기 전 20분을 투자해 하루 만에 다 읽는다. 결론은 존재감. 심노을 작가의 북토크 2. 인상 깊었던 작가의 말

심노을 작가님과 사진도 찍었다! 심노을 작가님과 사진도 찍었다!

스텝업 작가는 ‘간 천국’을 쓴 뒤 스스로 스텝업(step-up)이 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글을 쓰는 게 어렵기도 했겠지만 장편에 대한 부담도 많이 느껴졌던 것 같다. 어쨌든 작가님이 만족하는 작품을 읽었다는 점은 나까지 만족시켰지만, 나도 이번 소설은 이전과는 확실히 뭔가 다르다고 느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우선 매우 짧았지만 매우 강렬한 로맨스가 집약돼 있었고(물론 그 커플은 파멸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책에서 로맨스를 발견하니 매우 신선하고 낯설었다), 여전히 현실의 비극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SF소설이지만 어쨌든 결말의 흐름은 이전 글보다는 더 희망적이었다. 약간 영웅물 같은 느낌도 들었어. 기술의 양면성 작가님이 과학기술에 많은 관심이 있으실 줄은 알았다. 하지만 내 생각보다 더 깊이 기술을 알고 싶어하고 그만큼 많이 알고 있고 또 기술의 발전을 사랑하는 사람인 동시에 기술의 발달로 인해 파괴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이 고민하는 편이었다. 저는 그저 재미있게 읽으면 충분했던 소설 속에는 작가님의 많은 고민이 담겨 있었고, 그에 대한 (아무도 내려올 수 없는) 정답을 독자들에게 던지는 내용이었다고 말씀하셨다. 비겁한 결말이 인상적이었다. 심노을 작가가 쓴 책을 4권 이상 읽은 사람으로서 (굳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작가의 책은 읽으면 씁쓸하고 우울함이 생긴다. SF소설의 장치(=복잡한 과학이론)를 제거하고 이야기를 다시 되돌아보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똑같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책에서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마법사회를 살아가는 마법인간들은 지금과 변함이 없었다. 마법의 능력에 의해 암묵적인 사회적 지위가 형성되고 여전히 공평하지 않은 세상. 게다가 마법이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하고 무섭다고 느끼는 세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소설의 결말이 조금 달랐다. 비극의 마지막에서 처절하게 살아가고 있는 허무항에게 영웅적 존재가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나는 이 결말이 너무 마음에 들어. 이 책 속 첫 번째 인물이 허망해서인지, 그에게 특히 감정이입을 한 것인지? 허무가 다시 능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주는 결말에 ‘갈아서 만든 천국’은 정말 잘 만든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님은 이에 대해 비겁한 결말이라고 했다. 초인의 등장은 이야기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하셨나요? 하지만 SF 소설이고 마법사회가 배경이 되는 소설이기 때문에 나는 초인의 등장도 옳다고 생각한다. 어그로성 제목 ‘간 천국’, ‘난 절대 저렇게 흉물스럽게 늙어서는 안 돼’, ‘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써볼까’, ‘차라리 꿈만 꾸는 게 나았어요’ 등 심노을 작가의 제목은 독특해 시선을 끈다. 이에 진행자분이 질문을 하셨는데 작가님은 ‘어그로성 제목’이라고 하셨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가처럼 정말 유명한 작가는 ‘개미’처럼 단순히 제목을 만들어도 책이 팔리지만 본인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제목을 많이 고민한다고 하셨다. 사실 이번 책도 작가님이 설정하고 싶은 제목이 따로 있었는데, 결국 출판사와의 조율을 통해 합의(?)가 아닌 합의를 한 것 같았다. 제가 작가의 책을 처음 접한 건 ‘나는 절대 저렇게 흉물스럽게 늙어서는 안 된다’였는데, 정말 제목 하나를 보고 고른 책이었다. 심지어 SF소설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제목이어서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진심으로 속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책을 다 읽은 결과는 심노을 작가의 글은 무조건 읽어보는 독자가 됐으니 제목에서 어그로를 긋는 것도 작가의 능력이자 지혜인 것 같다. 참신하고 기발한 사람. 독서는 작가와 독자의 만남, 그리고 비평가 중학교 2학년 때의 생활국어 교과목을 보면 독서란 작가와 독자의 만남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나도 기억한다) 작가는 이 교과목을 접하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박완서 씨 책을 읽었을 때 우리가 박완서 씨와 한마디 해봤냐는 거다. 그런데 막상 작가가 되고 보니 교과서 내용은 결국 맞는 말이 됐다고 했는데, 독자가 책을 읽고 한 줄 평을 남길 때 정말 독자와 대화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리고 비평가들은 예술가들을 기분 나쁘게 하기 위한 직업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결국 본인의 책에 대한 서평이 하나하나 감사하다는 얘기였다. 나의 질문 그리고 작가님의 대답 3 행복추구 스텝업 작가는 ‘간 천국’을 쓴 뒤 스스로 스텝업(step-up)이 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글을 쓰는 게 어렵기도 했겠지만 장편에 대한 부담도 많이 느껴졌던 것 같다. 어쨌든 작가님이 만족하는 작품을 읽었다는 점은 나까지 만족시켰지만, 나도 이번 소설은 이전과는 확실히 뭔가 다르다고 느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우선 매우 짧았지만 매우 강렬한 로맨스가 집약돼 있었고(물론 그 커플은 파멸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책에서 로맨스를 발견하니 매우 신선하고 낯설었다), 여전히 현실의 비극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SF소설이지만 어쨌든 결말의 흐름은 이전 글보다는 더 희망적이었다. 약간 영웅물 같은 느낌도 들었어. 기술의 양면성 작가님이 과학기술에 많은 관심이 있으실 줄은 알았다. 하지만 내 생각보다 더 깊이 기술을 알고 싶어하고 그만큼 많이 알고 있고 또 기술의 발전을 사랑하는 사람인 동시에 기술의 발달로 인해 파괴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이 고민하는 편이었다. 저는 그저 재미있게 읽으면 충분했던 소설 속에는 작가님의 많은 고민이 담겨 있었고, 그에 대한 (아무도 내려올 수 없는) 정답을 독자들에게 던지는 내용이었다고 말씀하셨다. 비겁한 결말이 인상적이었다. 심노을 작가가 쓴 책을 4권 이상 읽은 사람으로서 (굳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작가의 책은 읽으면 씁쓸하고 우울함이 생긴다. SF소설의 장치(=복잡한 과학이론)를 제거하고 이야기를 다시 되돌아보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똑같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책에서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마법사회를 살아가는 마법인간들은 지금과 변함이 없었다. 마법의 능력에 의해 암묵적인 사회적 지위가 형성되고 여전히 공평하지 않은 세상. 게다가 마법이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하고 무섭다고 느끼는 세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소설의 결말이 조금 달랐다. 비극의 마지막에서 처절하게 살아가고 있는 허무항에게 영웅적 존재가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나는 이 결말이 너무 마음에 들어. 이 책 속 첫 번째 인물이 허망해서인지, 그에게 특히 감정이입을 한 것인지? 허무가 다시 능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주는 결말에 ‘갈아서 만든 천국’은 정말 잘 만든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님은 이에 대해 비겁한 결말이라고 했다. 초인의 등장은 이야기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하셨나요? 하지만 SF소설이고 마법사회가 배경이 되는 소설이기 때문에 나는 초인의 등장도 옳다고 생각한다. 어그로성

나는 어렸을 때부터 시시한 이야기를 좋아했다. 특히 주인이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인형은 영혼이 태어나게 되고, 주인이 없을 때 살아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정말 좋아했다. 아마 내 기억이 시작되는 시점인 5세부터 10세까지는 이 이야기를 정말 굳게 믿었다. 나는 내가 가장 아끼는 곰인형이 살아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으로 모든 마음과 정성을 다해 곰인형을 사랑했다. 그 곰인형을 너무 사랑한 탓에 아이보리색이었던 곰은 회갈색 곰으로 변해버렸고, 서른 살이 된 지금도 곰인형과 한 침대에서 자야 외로워 함께 자는 습관이 생긴 결과로 이어졌다. 비록 나의 순수한 믿음이 인형을 살리지는 못했지만 나에게 마법은 이런 느낌이었다. 어떤 순수한 진심과 아주 간절한 소원이 실제로 이루어져서 말도 안 되는 행복을 느끼는 것. 나는 어렸을 때부터 시시한 이야기를 좋아했다. 특히 주인이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인형은 영혼이 태어나게 되고, 주인이 없을 때 살아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정말 좋아했다. 아마 내 기억이 시작되는 시점인 5세부터 10세까지는 이 이야기를 정말 굳게 믿었다. 나는 내가 가장 아끼는 곰인형이 살아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으로 모든 마음과 정성을 다해 곰인형을 사랑했다. 그 곰인형을 너무 사랑한 탓에 아이보리색이었던 곰은 회갈색 곰으로 변해버렸고, 서른 살이 된 지금도 곰인형과 한 침대에서 자야 외로워 함께 자는 습관이 생긴 결과로 이어졌다. 비록 나의 순수한 믿음이 인형을 살리지는 못했지만 나에게 마법은 이런 느낌이었다. 어떤 순수한 진심과 아주 간절한 소원이 실제로 이루어져서 말도 안 되는 행복을 느끼는 것.

문제의 회갈색 곰돌이 문제의 회갈색 곰돌이

 

퇴근 후 바로 가는 길이라 책을 두 권밖에 못 가져간 게 정말 아쉬웠다. 사인을 받을 때 작가님은 질문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요즘 물가에 책 한 권 사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구입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아주 잘 읽고 있다고 했고, 또 에세이는 언제 출판되냐고 물었는데 내년에!!! 나올 것 같다고 하셨어. 그리고 작가님이 ‘사실 에세이 쓰기는 쉬워요’라고 하셨는데 오~ 정말 멋있는 것 같아. 본업이 쉽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적다고 생각하고 가진 순도 100%의 진심이 담긴 진짜 마음이었다. 또 작가는 한국일보에 칼럼을 기재하고 있다고도 했지만 “벌써 보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다짐 퇴근 후 바로 가는 길이라 책을 두 권밖에 못 가져간 게 정말 아쉬웠다. 사인을 받을 때 작가님은 질문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요즘 물가에 책 한 권 사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구입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아주 잘 읽고 있다고 했고, 또 에세이는 언제 출판되냐고 물었는데 내년에!!! 나올 것 같다고 하셨어. 그리고 작가님이 ‘사실 에세이 쓰기는 쉬워요’라고 하셨는데 오~ 정말 멋있는 것 같아. 본업이 쉽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적다고 생각하고 가진 순도 100%의 진심이 담긴 진짜 마음이었다. 또 작가는 한국일보에 칼럼을 기재하고 있다고도 했지만 “벌써 보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다짐

정말 책을 읽고, 도대체 어떤 사람이라면 이러한 글을 쓸 수 있는지가 궁금한 것은 심·노을 작가가 처음이었다.북 토크에 가기 전부터 무척 들떠서 설레이고, 거리에서 떠들고 있을 정도로 너무 너무 기대도 했다.실제로 본 작가는 한마디 한마디로 정말 책과 기술을 사랑하는 사람임을 느끼고 동시에 엄청 웃겼고(작가님은 별로 의도하지 않은 웃음이 많이 나온)역시 특별한 글을 쓰는 사람은 뭔가 달라도 확실히 다르다는 인상을 줬는데 다만 그런 모습까지도 다 멋지게 보였다.실제로 MBTI가 어떻게 되는가, 개명 전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고 바꾸었는지, 지금의 성함은 어떻게 생긴 것인가, 쓸데없는 질문도 많이 하고 싶었지만 무슨 책과 관련된 질문만 해야 할 것 같아 다 못한 게 아쉬웠다.다음에 또 작가의 책 톡이 열린다면 무조건 가겠다고 결심할 만큼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블로그에 남긴 것 이외에도 많은 말이 가슴과 머리에 남아 있지만 며칠이 지나도 선명한 것을 보면 내가 너무 집중하고 들은 것 같다.전권을 8회 이상 읽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자발적인 독서를 하는 작가라, 우울해서도 좋고 정말 어려운 기술이 나오고 내가 이해 못해도 괜찮아 그냥 꾸준히 책을 쓰고 바란다.그리고 다시 지금보다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심·노을 작가님책에서 간헐적으로 교양을 쌓은 기록(순전히 내가 기억하고 싶어서 남겨기록)-끝-#심·노을. 갈아서 만든 천국#심·노을 북 토크#심·노을 작가 북 토크#SF소설 추천#심·노을 북 토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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